문근식 - AUKUS 핵잠 확보지연, K-조선이 해법이다

관리자
2025-10-1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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원문: https://www.sisajournal-e.com/news/articleView.html?idxno=414574


[시사저널e=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] 오커스(AUKUS)는 미국·영국·호주가 안보 동맹을 넘어 전략산업 협력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다. 핵심은 두 축으로 나뉜다. 필러 1(Pillar 1)은 핵추진 잠수함 제공 및 공동 건조, 필러 2(Pillar 2)는 인공지능, 양자기술, 사이버전 등 첨단 안보기술의 공동 개발이다. 2021년 9월 전격 출범한 AUKUS는 출범 당시 ‘인도·태평양 전략의 게임 체인저’로 주목받았지만, 2025년 현재 필러 1은 심각한 병목에 직면했고, 필러 2도 조직·예산 부족으로 진척이 더디다.

가장 큰 원인은 핵잠 공급을 주도하는 미국의 생산능력 한계다. 미 해군은 자국 수요조차 채우기 벅찰 정도로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. 미 의회에서는 “우리 물량도 부족한데 왜 호주부터 지원하느냐”는 반발이 제기되고, 외국에 핵잠을 제공하는 데 부정적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. 미 국방부 예산 보고서와 미 의회조사국(CRS) 분석에 따르면, 현재 속도라면 미국 해군도 향후 10년간 자국 소요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, “이 상태라면 2040년까지 호주가 첫 핵잠을 인도받지 못할 수 있다”는 경고까지 나온다.

영국 역시 기술 역량은 보유했지만 조선소 생산능력은 제한적이다. 호주는 핵잠 건조 경험이 전무하고, 인프라와 인력 모두 초기 단계다. 이로 인해 핵잠 확보 일정이 계획보다 10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. 이대로라면 AUKUS는 선언적 협력 체계에 머물 위험이 크다. 따라서 기존 ‘3자 체제’의 한계를 넘어서는 AUKUS-플러스(AUKUS-Plus) 모델이 필요하다.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, 조선·기술·안보 역량을 동시에 갖춘 실력 있는 파트너 참여가 절실하다.

이 지점에서 한국이 전략적 대안으로 부상한다. 한국은 연간 700만CGT 이상의 선박을 건조하는 세계 최고의 조선 역량을 가진 국가다. 민수선박뿐 아니라 군함·잠수함 분야에서도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, 현대중공업·한화오션·삼성중공업 등 국내 3사는 모듈 조립, 블록 제작, 선체 용접, 의장 공정 등 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과 숙련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. 리튬배터리 기반 차세대 잠수함, 수직발사관(VLS), 소나·전투체계, 디지털 설계 등 핵잠 건조에 필수적인 요소 기술도 자체 개발·운용한 경험이 풍부하다. 특히 조선소·기자재업체·기능인력·공급망이 한 국가 안에 완벽하게 집적된 ‘조선산업 종합 공급망’을 보유한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. 이는 미국·영국·일본조차 온전히 구현하지 못한 구조다.

호주와의 신뢰 기반도 탄탄하다. K-9 자주포, 레드백 장갑차, 탄약 공급 등 군사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왔으며, 최근 한화오션은 호주 오스탈(Austal) 조선소 지분 19.9%를 인수했다. 이를 토대로 호주가 한국에 원자로 분야(미·영이 기술유출을 강력히 통제) 외 모듈·블록 생산과 하위 체계 조달을 맡긴다면, 건조 기간 단축과 품질 향상이 동시에 가능하다.

한국 정부도 이 기회를 주시하고 있다. 지난해 말 한·호주 외교·국방(2+2) 회의에서 한국은 필러 2 참여 제안을 받았으며, 산업통상자원부·방위사업청·외교부는 필러 1 부분참여와 필러 2 전면참여를 검토 중이다. 민관 합동 ‘조선 TF’ 구성도 추진되고 있다. 향후 한미 정상회담과 한·호주 2+2 회의를 통해 참여를 제도화한다면, AUKUS 병목 해소와 한·호주 전략동반자 관계 격상이라는 ‘두 마리 토끼’를 잡을 수 있다.

AUKUS는 더 이상 미래 계획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. 실행력 없는 약속은 동맹 신뢰를 무너뜨린다. 그리고 그 실행력은 ‘조선 역량’에서 출발한다. 세계가 인정한 K-조선은 이제 산업 경쟁력을 넘어, 동맹의 안보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는 전략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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